2024년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18개월간 가계신용 잔액이 71조 6천억 원 증가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경제가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증가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현실이 드러납니다. 전세 시장이 무너지면서 저소득층이 월세로 강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신용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계신용이 는 건데, 그 성질이 바뀌었다
2024년 4분기 192조 2천억 원에서 2026년 1분기 199조 3천억 원으로 증가한 가계신용 잔액은 처음 듣기엔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분기별 증가폭을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한 신호가 보입니다. 2025년 1분기에는 2조 6천억 원만 증가했다가, 2분기에는 갑자기 25조 원이 늘어났거든요. 그 다음엔 14조 원 수준에서 안정되는 식입니다. 이렇게 불규칙한 패턴은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라 뭔가 구조적인 수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역사적으로 가계신용은 소비나 투자를 위해 늘어왔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차를 사고 사업을 하려 대출을 받고, 집을 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식이죠. 그런데 지금 증가하는 신용의 성질이 다릅니다. 전세 시장 붕괴로 저소득층이 월세로 옮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중도금 대출, 전환대출, 월세 보증금 대출 같은 ‘주거비 채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금액이 늘어나도 그 돈이 무엇에 쓰이느냐에 따라 가계 건강성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장악하는 시장 변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앞의 신용 증가가 왜 불안한지 이해됩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 매물은 1년 새 약 1만 건 감소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더 충격적인 건 장기 추세입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년 간 서울 아파트 전세 가구는 3만 4천 가구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월세 가구는 5만 1천 가구 증가한 겁니다.
미래 전망도 암울합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4만 2천 가구에서 2만 9천 가구로 31% 급감할 예정입니다. 입주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신규 전세 매물 공급도 줄어난다는 뜻입니다. 현재 전세 수급이 얼마나 긴급한지는 수급지수로도 드러나는데,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월세 거래 비중이 2025년 61%에서 2026년 1~5월 68.6%로 급등했습니다.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서울은 이 추세가 더욱 가파릅니다.
세제와 규제가 저소득층을 월세 대출로 내몬 구조
전세가 사라진 것은 임대인들의 순수한 선택이 아니라, 여러 정책 압박이 만든 필연적 결과입니다. 정부의 비거주 주택 세제 강화로 전세 공급 유인이 축소되었고, 갭투자 규제로 새로운 전세 물량이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입주 물량 급감까지 겹치면서 ‘전세 공급의 단절’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iM증권 부동산 분석 리포트에서 지적했듯이, 이는 개별 임대인의 결정이 아니라 전체 시장 구조의 문제입니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은 선택지가 없어졌습니다. 전세로 자산을 유지하려던 기존의 방식이 불가능해지자, 월세 보증금과 월 임차료를 신용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서울파이낸스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중도금·전환대출 같은 신용 수단 동원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앞서 본 가계신용의 급증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용 증가는 축하할 신호가 아니라 위험 신호다
가계신용 잔액이 71조 원 이상 늘어난 것을 단순하게 ‘경제가 살아났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그 뒤에 누가 얼마나 무엇 때문에 빌리고 있는지를 추적해야 합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신용 수요가 높아진 이유는 전세에서 월세로의 강제 전환,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전환대출과 보증금 대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비나 투자를 위한 신용이 아니라, 기본적인 주거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 신용’이라는 뜻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리 리스크입니다. 저소득층이 받는 신용 수단들은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매달 상환액이 바로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전세 보증금 회수 실패 위험도 증가했습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존 세입자가 이사를 가려고 할 때 보증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추가 신용을 더 끌어다 써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당신의 신용 상태를 다시 점검해야 할 때
이 상황에서 월세 또는 전세 거주자라면 단순히 ‘월 소득 대비 채무비율(DSR)’만 봐서는 부족합니다. 소수점 이하까지 정확한 DSR 계산도 중요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건 ‘보증금이 정말 돌아올 수 있을까’와 ‘금리가 2%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를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월세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면, 중도금·전환대출의 금리 인상 폭도 함께 살펴보세요. 저소득층일수록 상환 능력의 여유가 작아서 금리 인상 충격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의 신용 구성을 점검해보세요. 변동금리 대출이 많다면, 금리 인상 시 추가 부담이 얼마나 될지 계산해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가계신용이 71조 원 증가했다는 통계는 전체 경제 신호일 뿐, 당신의 상황은 당신 스스로 먼저 진단해야 합니다. 전세 물량이 사라지고 금리 환경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지금, 자신의 주거비 구조가 충격에 견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비입니다.
| 시점 | 금액 |
|---|---|
| 20244 | 1,922조 3,660억원 |
| 20251 | 1,924조 9,901억원 |
| 20252 | 1,949조 9,775억원 |
| 20253 | 1,964조 8,167억원 |
| 20254 | 1,979조 886억원 |
| 20261 | 1,993조 9,239억원 |
자료: 한국은행 ECOS
※ 이 글은 공개 통계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투자·법률·의료 자문이 아닙니다.









